[기고] 전문가에게 묻다 ⑦ 협상은 '설득'이 아니라 '교환'입니다. 2026-10-25 05:42:45

                                                                   최숭원 노무법인 공감 프로젝트 대표노무사·한국협상학회 이사


[전문가에게 묻다, 일곱번째] 이 조, 진짜 답 없다고요? 협상은 '설득'이 아니라 '교환'입니다.


모둠 과제 팀원 명단을 보고 '이번 과제는 망했다'라고 느낀 적 있나요? 훈련 때문에 항상 수업시간에 없는 운동부 친구, 선생님께 잘 보이고만 싶은 과학 마니아, 학원으로 일정이 빡빡한 전교 1등, 마음이 온통 옆 조의 남자친구에게 가 있는 친구... 어쩌면 이것이 여러분에게 가장 좋은 협상 연습 기회일 수 있습니다. 협상의 핵심은 모두를 똑같이 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가 원하는 것'과 '각자가 줄 수 있는 것'을 맞바꾸는 것, 그것이 협상입니다.


네 명의 친구가 진짜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해 보면 이렇습니다. 운동부 현우는 시간은 없지만 팀에 대한 미안함이 있습니다. 과학 마니아 준우는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습니다. 전교 1등 서연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좋은 점수를 원합니다. 사랑꾼 하린은 빨리 끝내고 자유 시간을 원하죠. 서로가 원하는 바를 알게된다면 역할 분담이 달라집니다.


현우에게는 "자투리 시간에 자료 출력만 해줘. 너가 함께하면 팀 분위기에 큰 도움이 돼"라고 하면 됩니다. 미안함을 구체적인 역할로 풀어주는 겁니다. 서연에게는 "마지막에 딱 10분, 최종 오류 검토만 맡아줘"라고 제안합니다. 시간은 최소로, 점수 기여는 확실하게. 하린에게는 "슬라이드 3장 지금 바로 끝내면 오늘 먼저 보내줄게"라고 하세요. 즉각적인 자유가 단기 집중력을 만듭니다. 그리고 준우 본인은 자료 구성 전체와 선생님 질문 대응을 맡아 인정과 성취감을 챙깁니다.


조원들이 겉으로는 한결같이 “난 시간이 없어!”라고 이야기하지만, 조원들이 진짜 원하고 바라는 것을 파악하여 충족시키면서 공통의 목적을 포기하지 않을 때, 모두가 윈윈하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핵심을 정리하자면, 첫째, 시간이 없는 사람은 '효율'과 '자유'를 조건으로 제안하세요. 둘째, 마음은 있지만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은 '부담 없는 명확한 역할'을 주세요. 셋째, 열정 있는 사람에게는 '권한'과 '인정'이 최고의 동기입니다. 협상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기술이 아닙니다. 상대의 사정을 이해하고, 서로가 이길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협상의 진짜 의미입니다.

 

오늘 모둠원을 다시 보세요. '왜 저럴까'가 아니라, '저 친구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그리고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면서 우리 모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이러한 질문들이 최악의 조합을 최강의 팀으로 바꾸는 시작점입니다.

 

최숭원 노무법인 공감 프로젝트 대표 노무사·한국협상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