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황색 점멸 교차로"… 학교 안전망 다시 점검해야 2026-10-25 22:33:13

밀양시 삼문동 초등학생 사망사고를 계기로 어린이 통학로의 교통안전 시설과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이미지=이영인 기자).


[오상진 기자 / 동아교육신문] 처벌 강화와 단속 확대로 이어져 온 스쿨존 정책이 사각지대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오후 4시 3분께 경남 밀양시 삼문동 상공회의소 인근 도로에서 SUV가 초등학생 A군(7)을 들이받았다.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1시간 뒤인 오후 5시 16분쯤 숨졌다. 사고 장소는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이다.

 

운전자인 70대 남성은 황색 점멸 신호가 있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다가, 보행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A군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운전자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며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음주운전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우회전 과정에서 A군을 미처 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한속도 위반 여부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권순기 경남교육감은 19일 월요회의에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 사고가 났다며 유감을 표하고, 경남경찰청과 함께 계도와 홍보에 힘쓰겠다고 했다. 사고를 목격한 학생과 교직원의 정서·심리 지원도 당부했다.

 

스쿨존 정책의 중심은 시속 30km 제한과 과속 단속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핵심 변수는 속도보다 우회전 중 보행자 인지와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다. 한 지역 매체는 이번 사고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우회전과 보행자 보호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와 황색 점멸 교차로의 안전시설이 어린이 보행권을 충분히 보장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정 속도를 지켜도 위험은 남는다. 도로교통공단은 제한속도를 지켜도 브레이크를 밟은 뒤 완전히 멈추기까지 약 4m를 더 나아간다고 설명한다. 현행법은 보호구역 안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에서 2022년까지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에 무인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사고 지점의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었던 이유와, 안전시설 점검 대상에서 이 지점이 어떻게 분류돼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밀양시와 경찰이 설명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처벌 수위는 이미 최상위권이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가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가 숨지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후 처벌을 더 올리는 것보다 사고 전에 위험을 줄이는 도로 설계와 관리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사고는 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4년 526건에서 2025년 927건으로 늘었고, 이에 정부는 점검 지역을 36곳에서 93곳으로 확대했다. 개선안에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표지 설치와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등이 포함됐다.

 

같은 시기 정책의 다른 축은 규제 완화다. 어린이 통행이 적은 심야와 휴일에 제한속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시간제 속도제한이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 시범운영에서는 심야 통행속도가 7.8% 늘었지만 보행자 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완화를 주장하는 쪽은 이를 근거로 든다. 반면 이번 사고는 낮 시간대 하굣길에서 났고, 전체 사고가 늘어나는 국면에서 규제를 푸는 메시지가 운전자 인식에 어떤 영향을 줄지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이 사고와 직접 연결된 국정감사 질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보호구역 단속의 실효성을 다룬 지난 국감 자료는 참고할 만하다. 한병도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위반 적발은 2019년 146만여 건에서 2023년 526만여 건으로 늘었고, 과태료 부과액도 804억 원에서 2,894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 의원은 운전자 인식 개선 홍보와 함께 과속 다발 지점의 표지판 확대와 과속방지턱 설치 같은 추가 안전 조치를 정부에 요구했다.

 

해당 통계는 카메라가 늘면서 적발이 급증했으니 단속 인프라가 작동한다는 해석과 적발이 늘었는데도 사고가 줄지 않았으니 단속 중심 접근이 한계에 닿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적발 건수만으로는 어느 쪽이 맞는지 사실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며, 사고 감소 효과를 검증한 자료가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어린이 교통사고는 한순간의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개인차원의 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전체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동아교육신문 오상진 기자 / donga35o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