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호 법무법인 대범 변호사·한국협상학회 회원
[전문가에게 묻다, 다섯번째] 우리가 살아가면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 중 하나입니다. 제 직업 또한 매일같이 갈등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갈등은 참 다양하게도 우리를 괴롭게 합니다. 친구 관계, 학교생활, 온라인에서의 오해까지.
그래서 중요한 건 갈등이 생긴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습니다. 어차피 마주할 갈등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잘 다뤄야 할지 말이지요. 저도 변호사로서 수많은 분쟁을 접해 보면, 대부분의 문제는 처음부터 크게 시작되지 않습니다. 사소한 오해, 말 한마디, 감정 하나가 쌓이고 쌓여 결국 관계를 무너뜨립니다. 아마 우리 청소년 친구들 또한 제 말에 공감할 거라 생각합니다.
갈등을 마주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을 하나 꼽으라면, “갈등을 피하지 말고, 직접 마주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카카오톡, 문자, DM으로 대부분의 대화를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글로 하는 대화’는 생각보다 많은 오해를 만들 수 있어요. 같은 문장도 읽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짧은 답장 하나, 말끝의 느낌 하나도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로 오해되기까지 하지요. 실제로 제가 다루고 있는 분쟁 사건을 보면, “그때 직접 한 번만 이야기했어도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라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후회하기 늦은 때 보통 저를 만나긴 하지만 말입니다.
잘 압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색하고, 불편하고, 때로는 무서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얼굴을 보고 대화하면 말투와 표정, 분위기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훨씬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로 서로 간의 오해는 줄어들고, 감정은 예상보다 빨리 풀리지요. 갈등을 잘, 그리고 빨리 해결하고 싶다면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용기를 내서 한 번은 직접 마주 앉아 이야기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모든 갈등을 해결해 줄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갈등이 이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습니다. 서로 갈등이 깊어져 감정이 너무 격해진 상태라면 오히려 직접 대화가 더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두 번째 원칙이 있습니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제3자의 도움을 활용하라.” 여기서 제3자는 꼭 어른일 필요는 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친구, 선생님, 상담교사 혹은 양쪽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3자를 통해서는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필요한 감정 표현이나 비난은 줄이고, 핵심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상황을 정리해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내면 안 됩니다. 결국 갈등의 진짜 해결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갈등의 상대방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갈등을 해결하는 협상의 과정은 싸움이 아닙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고, 대화를 통해서 협상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협상이 갈등을 해결해 주는 것이지요.
변호사로서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갈등은 ‘대화의 부재’에서 시작되고 ‘대화’로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청소년 시기에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갈등을 피하지 않고, 감정을 조절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경험은 앞으로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큰 자산이 되리라 믿습니다.
갈등이 생겼다면, 너무 늦기 전에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같이 이야기해 볼까?” 이 한 번의 용기가 우리 삶에서 많은 것을 바꾸어 줄 겁니다.
김현호 법무법인 대범 변호사·한국협상학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