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이 지난 2026년 흥덕고등학고 타임캡슐 개봉식(충북교육청 제공).
[김진환 기자 / 동아교육신문] “이게 내 수능 성적표라고?”
빛바랜 종이 한 장을 마주한 30대 중반의 졸업생들 사이에서 왈칵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입 현장의 치열한 기억이 담긴 수능 성적표를 타임캡슐에 묻었던 고등학생들은, 어느덧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20년 전 자신과 조우했다.
흥덕고등학교(교장 노재민)는 13일 교내에서 제1회 졸업생들의 졸업 20주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 개봉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06년 첫 졸업생들이 20년 뒤의 만남을 기약하며 학교 마당에 묻어둔 추억을 함께 나누고, 학교의 전통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는 곽정수 초대 교장을 비롯한 당시 은사들과 제1회 졸업생 50여 명, 그리고 이들의 대선배를 맞이하는 재학생 대표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교복·졸업장, 그리고 수능 성적표… “점수에 얽매이지 말라”던 은사의 가르침
흙먼지를 털어내고 모습을 드러낸 타임캡슐 안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물품들이 가득했다. 20년 전 학생들이 서로에게 쓴 편지부터 당시 입었던 교복, 졸업장, 그리고 뜻밖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덩그러니 들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가장 가슴 졸였던 기억인 수능 성적표를 타임캡슐에 봉인하게 된 데에는 곽정수 초대 교장의 특별한 교육 철학이 숨어있었다. 곽정수 흥덕고 초대 교장은 “당시 아이들에게 수능 점수라는 숫자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눈앞의 성적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할 성장과 도전이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로 성적표를 묻어두자고 제안했다.”며 인사말을 전달했다.
20년 전 나에게 온 편지… 선후배가 함께 잇는 학교의 ‘역사’
행사는 노재민 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타임캡슐 발굴, 편지 낭독, 기념사진 촬영 순으로 이어졌다. 동문들은 떨리는 손으로 20년 전 자신이 작성한 편지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며 학창 시절의 풋풋한 기억에 잠겼고, 연락이 끊겼던 옛 친구들과 손을 맞잡으며 회포를 풀었다.
한편, 노재민 흥덕고 교장은 “이번 타임캡슐 개봉은 졸업생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되찾는 시간이었고, 재학생들에게는 끈끈한 학교 공동체의 의미를 배우는 계기가 됐다”라며 “선배들이 일궈온 자랑스러운 발자취를 이어받아 명문 고교로서의 전통을 계속해서 쌓아가겠다”라고 말했다.

